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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등록일 2023-04-24 18:26 게재일 2023-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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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그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했을까?

그녀에게 쥐어드려야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 나도 무엇 하나 가진 것이 없었다.

마음조차도. 그녀에겐 마음이 있었는데,

 

그녀가 빈손을 맥없이 뻗어

죽음은 그녀의 손을 꼭 쥘 수 있었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텅 빈 손으로

당신은 그 손을 꼬옥 쥐었다.

 

안녕히, 안녕히, 안녕히,

가세요. (부분)

 

과연 시는 죽음을 쓸 수 있을까. 위의 시는 죽음에 대해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말하고 있어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시를 따라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인의 죽음 후에야 깨닫는다. 그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무엇 하나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무엇 하나 그에게 주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죽기 직전에 있는 사람의 손은 텅 비어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꼬옥 쥐”는 손은 죽음의 손일 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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