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도움 안되는 포퓰리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약 7년만이기도 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 반대에도 입법을 강행해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심의, 의결한 데 이어 정오쯤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관련기사 2·3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토론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은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안 처리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며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논의된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재의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적 의원(299명) 중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