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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변증법적 해석

등록일 2023-03-19 18:07 게재일 2023-03-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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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

사실 허공이 무서웠다

허공에 집을 짓는 건

허약한 나를 불러내는 일

 

문을 짓고 벽을 잃고

벽을 짓고 문을 잃고

단단한 허공에 쌓아 올린 시간

 

(중략)

 

수고했다

점점 야위어가는 다리를 쓰다듬는다

허공에서 허공을 버리는 일

 

평생을 건 사투(死鬪)

거미라서 (부분)

이 시는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일을 허공에 집을 짓는 일로 비유한다. 허공에 집을 짓는다는 일이 가능한가? 그렇다. 거미는 정말 허공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 시적 발견으로부터 “단단한 허공에 쌓아 올린 시간”과 “평생을 건 사투死鬪”인 “허공에서 허공을 버리는 일”을 읽어낸다. 그리고 거미의 ‘운명’이 시인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는다. 시를 쓰는 일이란 거미처럼 허공에 집을 짓는 일이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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