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정성 다해 천년집 짓는 김정걸씨<br/>국산 소나무·오동나무 주로 사용<br/>나무 못만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br/>시신 훼손 방지·자연 친화 제작
“망자의 영혼을 달래며 사후세계 천년의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널을 짭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천년 집을 짓고 있지만, 고인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가슴 저림이 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때로는 일손이 잡히지 않아 하루 종일 허공만 바라보며 술로 보낸 적도 많습니다”
영주시 이산면에서 23년째 관(棺)을 만들고 있는 김정걸(62) 씨.
김 씨는 20여 년 전 사업이 부도 나고 고향에 돌아와 방황하던 시절 관짜는 기술을 배워보는 게 어떻냐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무섭고 직업에 대한 부담감이 생겨 외면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길로 들어서 현재까지 농사일과 함께 관을 만들고 있다.
김 씨가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관은 나무 못마저 사용하지 않는 나비모양 틀 맞춤 형식의 은장박기식 전통관과 나무 못 만을 사용하는 관을 만들고 있다. 김 씨가 쇠붙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차후 쇠붙이에 의한 시신 훼손을 방지하고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관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관에 사용되는 목재는 국산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주로 사용하며 최근에는 소재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수입목을 사용하기도 한다.
제작 과정은 벌목된 나무를 1년 여간 건조시키고 상태가 좋은 목재를 골라 관을 짜면 하루 1∼2개 정도가 완성된다. 이같이 생산량이 작은 이유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수작업 관에 비해 비교적 구매가가 저렴한 기성제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수작업 관의 수요가 크게 줄어 김 씨가 연간 주문 생산하는 양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또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공정이라 지금은 힘이 부쳐 언제 이 일을 그만둘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관을 짠다는 것은 아픔 그 자체입니다. 널을 짜다보면 망자의 아픔을 느낀다, 나도 언젠가는 이곳에 들어간야 한다는 현실감의 두려움, 이길수 없는 심적 갈등, 그러면서도 관에 누워보고 들어가 자보기도 했지요”라며 애환을 얘기했다.
이어 “관을 만들면서 이상한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다 만든 관에는 고양이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관 위에 먹을 것이 있으면 다른 짐승들은 올라가는데 고양이만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지금도 이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고 경험담도 들려줬다.
김 씨는 “누군가 널을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 주고 싶지만 널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 아니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널꾼에 대한 의식이 남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며 “널꾼으로 살아온 23년이 한편으로 애환도 있지만 사후세계에 복락을 기원하고 명복을 빌 때면 직업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착을 갖는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