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작년 적발된 차량 1천160건<br/>“꾸준한 홍보·단속에도 효과無<br/> 시민 인식개선 가장 우선돼야”
소방시설 인근의 불법주정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과태료를 상향부과하는 등 처벌이 강화됐지만, 개선된 점이 없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고속버스 터미널 사거리 인근.
사거리 보행도로의 연석에 소방시설이 위치해 있음을 알리는 빨간색 도색과 함께 ‘소방시설 주·정차 금지’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지만 바로 옆에 차량 한 대가 시동이 꺼진 채 주차돼 있었다.
해당 구간이 주·정차 금지 구역이라는 걸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량에 앉아있던 운전자 A씨는 “평소 자주 정차하던 곳이라 알지 못했다. 바로 차량을 옮기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포항남부소방서의 설명에 따르면 화재 상황이 발생했을 시 상황실에서는 화재 현장 인근의 소화전을 알려주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인력들은 인근의 소화전들로부터 소방용수를 공급받게 된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소방시설 인근의 불법주정차량과 같은 이유로 상황실에서 알려준 소화전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시 인근의 소화전을 찾아 헤매야 한다.
일각을 다투는 화재 상황에서 소중한 시간을 길에서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32조에 따라 소화전을 포함해 소방용수시설 또는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곳 5m 이내는 주·정차가 금지된다.
만약 이를 위반했을 시 승용차량 8만 원, 승합차량은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통상적인 불법주차의 경우 승용차량은 4만 원, 승합차량은 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지난 2019년 8월 소방시설 인근 불법주차로 인한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소방시설 인근 불법 주정차 차량의 과태료를 상향부과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소방시설 인근 불법 주정차 차량을 근절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주정차가 만연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포항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소방시설 5m 인근의 불법주정차로 적발된 차량은 1천160건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법이 강화된 이후 꾸준히 홍보활동과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불법주정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개선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시에서는 수시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상황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소방관들 또한 법 개정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며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소방관계자는 “처벌이 강화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효과를 기대했지만 현장에서 딱히 달라진 점은 없다”며 “사실 몇 년 전 일시적으로 소방시설 인근 불법주정차가 적발될 시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지만 계속된 민원과 현장에서 소방관을 향한 위협 등을 이유로 안전신문고를 통한 신고로 방법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상황 발생 시 소방시설 인근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소방장비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강제처분 권한이 있지만, 대부분 민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강제처분을 실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구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