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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암동

등록일 2023-02-06 20:01 게재일 2023-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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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아버지에게도 아버지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일 수 있음을 잊고 산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만 하다는 듯이. 위의 시는 누군가의 아들로서의 아버지를 발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버지가 자신이 누군가의 아들이었음을 기억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 기억은 ‘사십 년’이 넘도록 스며들어 있는 특정 장소에 대한 감각-‘할아버지 냄새’를 통해 상기될 수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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