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나는 완전에 가까운 그의 결단을
지천명처럼 믿네
그에게 하루 14시간의 작업이나
단수(斷水) 같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었네
위장병이나
화장실조차 막는 금지도
문제가 아니었네
바늘로 졸음을 찌르며
배고파하는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일이
문제였네
내게 인정으로 배수진 치는 법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
최후까지 알려줄 것이네
시인에 따르면, 전태일은 적개심이 아니라 다른 노동자 동료들을 연민하는 ‘인정’으로 배수진을 쳤다. 그 ‘인정’은 연민의 대상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하는 마음의 일어남이다. 전태일의 ‘결단’-그의 죽음-은 그 인정이 더이상 밀릴 수 없는 최후에 다다랐을 때 이루어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정은 죽음을 무릅쓰고 지켜야 할 근본적인 가치임을, 전태일은 시인에게 가르쳐주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