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br/>정부, 지역주도 지방대 살리기 나서<br/>대학이 정보통신기술 등 교육 맡고<br/>지자체 기업수요 분석 일자리 연계<br/>30개 규모 글로컬 대학 육성 계획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 예산의 집행 권한을 2025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중앙부처 주도로 이뤄지던 대학 지원 방식을 지역 주도 방식으로 전환한 가운데 이같은 결정은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비수도권 대학과 지역이 함께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력을 잃은 지역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더 좋은 교육여건과 직장을 찾아 주민들이 다시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1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발전과 연계하여 지역 대학에 투자할 수 있도록 대학 지원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2년간 시범 지자체를 5곳 정도 선정해 지자체 주도 대학 지원 우수 모델을 만들고 2025년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 교육부는 2025년부터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예산 가운데 50% 이상을 지자체 주도로 전환할 예정인데, 올해 기준으로 보면 2조 원 이상의 예산을 각 지자체가 집행하게 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로 표현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과는 전국에 26개(14개 대학)였는데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은 68개였는데 59곳(86.8%)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지원 기회가 3번인 점을 고려하면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이 안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전망은 현 상황보다 더 암울하다.
2021년 태어난 출생아는 26만500명에 그쳤고, 작년 11월 출생아는 1만8천982명으로 월간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후 11월 기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학생 수가 계속 줄면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잃고 청년층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기업으로 향하는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현재 대학 입학정원이 47만명인데 2021년 출생아 26만명 중 70%가 대입 자원이라고 본다면 2040년 신입생 수는 18만명이다”며 “역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와 재정확충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했고, 문제는 심화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도 같은 행사에 참석해 “지역대학의 문제는 대학의 문제이자 지역의 문제”라며 “대학과 지역이 같이 소멸하는 극단적 위기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역대학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부는 결국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지역대학 지원사업 예산 집행권을 지자체에 넘겨 대학과 지역을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택했다.
사업이 효과가 내려면 대학이 일일이 사업계획서를 써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타 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는 산학협력 등 지역 수요를 고려하고 지자체와 협력해야 하는 사업의 경우 지자체가 주도권을 갖고 대학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면 대학이 해당 지역 사양 직종 재직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교육을 하고, 지자체는 지역기업 수요를 분석해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대학과 실수요에 기반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30개 규모로 육성할 글로컬 대학의 경우 지역적으로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컬 대학이 지역의 교육여건을 한 단계 높여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하는 인구를 늘리고 동일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도 촉진한다면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전망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