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등록일 2023-01-31 20:04 게재일 2023-02-01 18면
스크랩버튼
진란

하루 종일 하늘이 무거웠다

 

먹구름이 잔뜩 물을 들이켰는지

 

한낮도 한밤중 같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고

 

창문을 마구 흔들어 덜그럭거렸다

 

문이란 문을 죄다 닫아걸었더니

 

틈을 찾는 바람의 울음이 휘잉 휘이잉

 

그 안에 내가 있는 것을 안다고

 

불온한 목소리로 흔들어댔다

 

들판에 배곯은 승냥이 울음 같은

 

사랑이 두려웠다

 

이름을 불러가며

 

빙빙 도는데

 

나는 여기 없는 척 숨을 죽이고

 

악착같은 네 사랑을 믿지 않았다

우리 마음에는 폭풍우가 잠재해 있다. 시인은 그 마음 속 폭풍우를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묘사하고 있는 폭풍우의 전조는 마음에서 사랑이 일어나기 직전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하겠다. 방문을 “승냥이 울음 같은” “불온한 목소리로 흔들어” 대는 바람은 시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랑이다. 시인은 “네 사랑을 믿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슬픈 거짓말”이었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