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단축 1년 6개월 만에<br/>다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br/>시민 “편리”·직원 “큰 불만 없어”<br/>금융노조 “반대, 법적조치 검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축영업을 했던 은행들이 30일 실내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에 맞춰 영업시간 정상화에 들어갔다.
금융 소비자와 일선의 은행원들로부터는 호응을 얻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거세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 영업점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1시간’ 단축했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상화한다.
지난 2021년 7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단축 영업에 들어간 지 1년 6개월 만이다.
증권사들도 그간 은행의 단축업무로 30분 앞당겨졌던 지점 입출금 업무 종료 시각을 주식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으로 되돌린다.
SC제일 등 외국계은행도 운영시간을 늘려 고객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쯤 포항시 북구 상원동의 한 은행이 문을 열자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오픈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8개의 창구와 소파가 대기 인원으로 붐볐다.
친구와 함께 통장 정리와 단순 입출금 업무를 보러 왔다는 최옥경(69·여·북구 대신동) 씨는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 대부분은 입출금하는 것도 은행으로 온다”며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짧게 바뀌어 쫓기듯 왔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니 편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허석환(48·북구 우현동) 씨는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잔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간 은행의 개점이 늦어지면서 아침 출근길에 잔돈을 바꿀 수 없었다”며“출근길에 잔돈을 바꾸지 못해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에 잔돈이 부족해 곤혹을 치룬 적이 많았다. 영업시간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니 걱정거리가 하나 줄어든 기분이다”고 말했다.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일선의 은행원들도 영업시간 정상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같은 날 인근의 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보던 은행원 A 씨(31·여)는 “1년 넘게 단축영업을 해온 건 맞지만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었다. 영업이 정상화 됨에 따라 10분 정도 출근 시간이 당겨지고 퇴근 시간이 조금 미루어지긴 하겠지만, 단축 영업 동안 은행 영업시간이 짧다 보니 특정 시간에 손님들이 몰려 쫓기듯 업무를 처리한 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인근에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데, 어르신들은 개점 전이라 문이 닫힌 은행 앞에서 아침부터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개점시간이 당겨지면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조금 편해지지 않겠나”라며 “사실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얘기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27일) 갑자기 통보되긴 했지만, 큰 불만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영업 시간을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근로자의 처우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금융거래 실적이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은행 영업점포의 수가 급감했는데 영업시간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는 건 시간을 역행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어 30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어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법적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방안은 검토하며 은행영업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다.
/김민지·구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