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민
당신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해
길을 잃었다
허기처럼 빛나는 이팝나무 꽃잎과
옷소매에 묻어온 수크령들과
눈 덮인 벤치에 앉아
잠시 울었다
당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했고
나는 꼭 한마디 할 말이 남았지만
늘 처음과 끝의 중간쯤에 나는 서 있었고
돌아와
그곳에 두고 온 신발을 생각했다
시에 의하면, ‘당신’을 잃는다는 일은 살아갈 길을 잃는다는 일이다. 길 잃음은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당신을 찾으러 길을 나섰”을 때 일어난다. 기대와는 달리 “당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떠나버렸기에. 시인이 집에 돌아오더라도, 당신이 가버린 길과 집으로 오는 길 “중간쯤에” 그는 서 있는 것과 같다. “그곳에” ‘신발’을 두고 왔기에, 시인은 이젠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