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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은 발

등록일 2023-01-29 19:24 게재일 2023-0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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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늘어진 혓바닥은 자꾸 마르고

 

말라서 침이 흐른다

 

어디든 갈 수 있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멈취 서는 게 가장 두렵다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대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

 

두 눈은 이제 먼 곳을 바라볼 뿐

 

발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어디나 위험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서

 

어디라도 보아야 한다

 

아픈 시다. 한때 “짖어대던 때”도 있었지만 혓바닥은 질질 침 흘리며 말라가고, “두 눈은 이제 먼 곳을 바라볼 뿐”인 나이.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 돌아보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발은 부어있는데, “발바닥은 보이지 않”게 될 때다. 자신을 거들떠보는 이도 없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어디라도 보”면서 멈춰 서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연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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