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늘어진 혓바닥은 자꾸 마르고
말라서 침이 흐른다
어디든 갈 수 있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멈취 서는 게 가장 두렵다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대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
두 눈은 이제 먼 곳을 바라볼 뿐
발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어디나 위험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서
어디라도 보아야 한다
아픈 시다. 한때 “짖어대던 때”도 있었지만 혓바닥은 질질 침 흘리며 말라가고, “두 눈은 이제 먼 곳을 바라볼 뿐”인 나이.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 돌아보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발은 부어있는데, “발바닥은 보이지 않”게 될 때다. 자신을 거들떠보는 이도 없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어디라도 보”면서 멈춰 서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연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