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그래,
나는 벌써 트럭이야
짐칸에 실을 게
아무 것도 없는
단잠에서 깨어나면
수정 이슬 털고
부릉부릉?
새 힘을 내
어디까지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트럭이지
길을 따라 가다
길에서 멈춰 설?
눈 앞에 다가서는?
한 줄기 흰 길 (부분)
트럭의 삶은 어떠한 삶인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행되는 기차와는 달리 트럭은 자유롭게 길을 돌아다닐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이 문득 트럭임을 깨닫는다. 그것은 자신의 “짐칸에 실을 게/아무 것도 없다”는 깨달음, 자신이 트럭처럼 “길을 따라 가다/길에서 멈춰 설” 운명이라는 깨달음이다. 시인은 길 위에서의 삶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내 앞에 다가서는/한 줄기 흰 길”에 서서 새 삶을 출발하려고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