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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벽

등록일 2023-01-18 19:29 게재일 2023-0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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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바다 위에 뜬 달

저물어 가는 달이 어둔 밤바다에 머물다 가기를 기다렸다

이곳의 지명은 고요한 달이 바다에 떠오르던 기억을 잊지 않는다

어느 곳에든 분명 끝은 있다

 

닿을 수 없는 어느 달이 손끝 저만치에서나마 파랗게 흔들렸을 이 세상의 끝에서

나는 한 걸음조차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어둠보다 어두운 것을 자꾸 건너다보려고 한다

달의 뒤쪽이 밤바다에 비칠 때가 있다고 한다 (부분)

 

시인은 달빛을 기다리고 있는 이곳이 바로 “이 세상의 끝”이라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저 바다 너머 저물어가는 달의 마지막 빛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란 “어둠보다 어두운 것을 자꾸 건너다보려고” 하는 것임을 은연중 깨닫는다. 저물고 있는 마음에 담겨 있던 ‘기억’을 되찾는 일이란 저 바다를 둘러싼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것, 즉 이 세계에 빛을 비추는 달의 뒤쪽을 보고자 하는 욕망임을 이 시는 말해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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