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경영 전망 실태조사<br/>‘경영상황 악화’ 부정적 73.8%<br/> 인건비·전기·가스요금 인상에<br/> 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시름↑
새해부터 인건비,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코로나19 여파에 시름하던 지역상권이 올해도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따른 이른바 ‘3고 시대’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공공요금과 식자재,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이 늘어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11일 소상공인 9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소상공인 경영 전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영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응답이 73.8%에 달했다.
가뜩이나 그간 코로나19사태 장기화의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이 ㎾h당 13.1원씩 인상된데 이어 가스요금 또한 올해 2분기부터 인상을 예고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최저임금도 전년도 대비 5% 상승한 9천620원으로 책정됐다. 이처럼 공공요금과 식자재값,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이 증가한데 이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역시 금리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기존의 직원들을 줄여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폐업을 고민하는 등 대처에 나서고 있다.
생계수단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고정지출 비중이 커져 영업이익이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당장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4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바다(26)씨는 “해가 갈수록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데, 올해는 벌써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이 예고돼 있다”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역시 금리가 크게 오르자 저신용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려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곡물값이 크게 치솟았고, 지난해 연말 한파로 인해 채솟값 역시 크게 오르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의 원자재 부담 또한 크게 증가했다.
포항시 북구 상원동에서 디저트카페를 운영 중인 고아름(28·여)씨는 “러·우 전쟁 이후 곡물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해 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지원을 받지 않는 지역 내 개인사업자들은 가게 유지에 필요한 부대비용들을 다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데, 최근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다 보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그만큼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죽파로상가번영회장 이용환(57)씨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지만, 이에 따라 가격을 올려 책정한다면 기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싶어 지역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기존의 직원들을 줄이고 혼자 영업하는 사장님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당장 저희 가게만 해도 기존의 직원들을 줄여서 평일 오후 시간에는 나 혼자 가게를 지키거나 가족들의 손을 빌리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