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우리 집 처마 끝에 매달려
집을 지키는 물고기
바다를 품어본 적이 없고
바다로 나아갈 생각도 없는
가엾은 저 양철 물고기
문지기 수행자로 살기 위해
얼마나 허공을 쳐댔던 것일까
가만히 다가가 보니
비늘이 없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의 어깨에 달라붙은
그렁그렁한 비늘
나 죽은 뒤에도
관 속까지 따라와
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다
집 처마 끝에 매달린 양철 물고기는 아내가 변신한 존재자다. 바다에 살면서 마음껏 헤엄치던 물고기-아내-는, 어느새 양철 물고기가 되어 집 앞에 매달려 허공을 쳐대면서 문을 지키는 가여운 “문지기 수행자”가 된 것이다. 눈물 같은 비늘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가 겪어야 했을 슬픔과 기쁨의 결정체다. 아이에게는 그 눈물이 달라붙어 있다. 그 눈물을 통해 아이가 자라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