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배차시간 맞추려는 ‘버스’… 난폭·과속운전 늘었다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3-01-11 20:02 게재일 2023-01-12 4면
스크랩버튼
‘안전속도 5030’ 시행 후 달라졌나<br/>포항 시내버스 규정 부작용 속출<br/>한개 노선에 기사 2명 교대 운행<br/>회차 늦어지면 휴식시간도 줄어<br/>단속카메라 피해 과속운전 일쑤<br/>시민안전 위협… 대책 마련 돼야
‘안전속도 5030’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버스 기사들의 배차시간 압박이 가중돼 난폭운전이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2019년 입법 후 2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지난 2021년 4월 시행된 ‘안전속도 5030’제도는 시내 일반 도로 속도제한을 50㎞/h로 하향하고 과속 운전자의 형사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로사정과 현행 제도가 동떨어져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배차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운전대를 잡게 되는 버스 기사들의 경우 ‘안전속도 5030’이 오히려 과속과 급출발을 종용시키고 있다며 전면 시행 이후 꾸준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40분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정류장에서 기자가 양덕 차고지 방면의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탑승한 버스는 승객의 절반이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했다.

시내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정류장의 승객들이 기다리는 곳을 지나쳐 정차하거나 버스가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 하차를 원하는 승객이 일어서지 못하는 등 다소 위험한 모습들이 연출됐다.

포항의 시내버스 기사들이 운행을 준비하는 양덕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 기사 A씨(54)는 “버스 기사들에게 배차시간을 정해서 고지해 주고 있는데,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과속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된 이후로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지 않으면 사실상 배차시간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코리아와이드 포항 노동조합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포항의 시내버스는 하나의 노선에 2명의 기사가 교대로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맡아 운행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오전에는 버스 기사가 해당 노선을 세 번 회차하고 오후에는 두 번 회차하게 된다.

버스 기사들은 노선을 한 번 회차할 때마다 다음 운행 출발까지 30분의 휴식시간을 보장받게 되는데, 만약 회차가 조금 늦어져 정해진 시간보다 차고지에 늦게 도착한다면 늦은 만큼 버스 기사들의 휴식시간은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스 기사들은 휴식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처벌을 피하는 선에서 과속할 수 밖에 없고, 특히 ‘안전속도 5030’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는 과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급가속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내지 않으면 배차시간에 맞출 수 없어 가뜩이나 짧은 휴식시간이 줄어든다는게 버스 기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시내버스 기사들의 과속이나 급출발과 같은 난폭운전을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내버스의 노선은 현재 버스 회사에서 노선을 계획하고 시에 접수하면 시에서는 해당 노선을 운행할 수 있다는 일종의 면허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배차시간이나 휴식시간은 전적으로 버스 회사가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는 직접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의 급출발이나 과속으로 인한 민원들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 버스 기사들을 상대로 친절교육과 버스 운행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버스기사 개개인의 운전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고 전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