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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래

등록일 2023-01-04 16:35 게재일 2023-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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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나는 귀를 막고 노래합니다

보세요

다리 아래 젖지 않는 불을

물을 꺼트리려는 불의 노력을

 

 

아름다워라 이 세상, 아치 다리 아래로

도축장의 피가 흐르고

청둥오리 목덜미에 해는 밝으니

사체를 묻은 땅에 그해 가장 붉은 꽃이 피어도

 

 

돌아가지 않아요

트럭이 지나가는 다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얼굴을 훔쳐 달아나도

물과 불이 나를 앞질러 해일처럼 일어서도 (부분)

다리 아래 세상은 죽음의 ‘피-불빛’으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유혹은 마치 세이렌의 노래와 같다. 그렇기에 “나는 귀를 막고 노래”하는 것, 그것은 오디세우스처럼 저 유혹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시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앎은 물에 비치는 불이 물에 “젖지 않”고, “물을 꺼트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며 얻을 수 있었다. 이 노력 덕분으로 희생자의 피는 물에 젖어 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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