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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

등록일 2023-01-02 19:27 게재일 2023-0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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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하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강물을 보는 순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물살

하루 종일 읽어도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었던

수만 개의 문장, 수만 개의 기호들이

물속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강물에 낚시를 담그고 있다

사람의 시간을 버리고 물살의 시간으로 있는

분침도 시침도 없는 시계가 좋다

물고기의 비늘은 고정된 초침이라는 듯

낚아 올린 물고기는 파닥거린다 (부분)

시인은 물고기를 낚듯이 세계의 반짝이는 저 문장들과 기호들의 생생한 의미를 낚으려고 한다. 그런데 저 기호들의 반짝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물살의 시간으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물살의 시간’은 “분침도 시침도 없”다. 그 물살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물살의 흐름은 흐름 자체로 본다면 제 자리에 있는 것, 그 역설은 ‘사람의 시간’-시계 시간-으로부터 벗어나야 인식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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