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유특구 4개 지정 ‘전국 최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에 지정되는 구역으로 2019년 4월 도입됐다. 이 제도는 신산업 전 분야에 걸쳐 지역단위의 규제샌드박스를 지정·운영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신기술과 혁신역량을 키우고, 지역 주도로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현재 경북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포항) △산업용 헴프(안동) △스마트 그린물류(김천)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경산) 4개의 특구가 지정돼 지역 신산업 육성 및 혁신기업들의 전진기지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경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포항, 영일만·블루밸리 산단에 배터리 재활용 사업 추진… 2050년 전기차 배터리시장 600조 전망 배터리 특구로 순조
안동, 임하면·풍산면 일대 경산시 등 ICT융합기술 활용 산업용 헴프 재배 특화산업단지로 육성… 기업 입주도 줄이어
김천, 2025년 7월까지 구도심·혁신도시 일원에 290억 투입 스마트 생활물류거점 구축 4차 산업 활용 물류경쟁력 UP
경산, 2026년 8월까지 185억 투입 지식산업지구 일원서 전기차 무선충전 혁신기업 8곳 실증 진행… 충전 인프라 확대
□ 포항의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경북의 ‘차세대 배터리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7월 전국 첫 ‘규제자유특구’ 지정 7곳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경북도는 포항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산단 2개 구역 약 17만 평에 이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 설비를 갖춘 혁신기업인 에코프로GEM, GS건설, 피플웍스, 성호기업, 에스아이셀, 경북테크노파크를 특구사업자로 참여시켜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빅뱅의 시대에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배터리 배출량 증가로 리사이클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국내법과 제도의 기반 취약으로 배터리 관련 활용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 어려움이 있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신기술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특히, 2040년에는 신차의 절반 이상과 전세계 차량 가운데 3분의 1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2050년 배터리시장 규모도 약 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북도는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을 적극해 규제특구를 ‘배터리 국가선도 클러스터’로 육성, 이차전지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차전지 소재산업 종합 클러스터인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포항을 R&D를 중심으로, 구미·포항 소재생산, 김천 실증, 경산 충전, 경주·영천 전기차 생산으로 5대 거점을 형성한다는 복안이다.
사업도 순조롭다. 배터리 특구는 GS건설의 1천억 원 투자를 시작으로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등 총 5천552억 등 1조8천억 원의 민간투자와 기업투자, 1천531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통해 배터리 핵심소재-배터리 완제품-전기차로 이어지는 전 주기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가장 성공적인 특구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 8월 중기부 운영성과평가에서 전국 최초 3년 연속 최우수 특구로 선정됐으며, 지난 6일에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 시상식 및 성과발표회’에서 기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9년에 시작한 배터리특구는 2+2년의 실증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 8월 실증 종료를 앞두고 있다.
□ 안동의 산업용 헴프
안동의 산업용 헴프 특구는 국내 최초 70년간 엄격한 규제로 버려지던 대마를 산업용 헴프 재배 실증, 헴프 관리 실증, 원료의약품(CBD) 제조수출 실증 착수 등으로 이어지는 고부가 산업화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2020년 7월 제3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지정, 2021년부터 4년간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안동시는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 경산시 등 총 5개 지역 총 34만841㎡의 부지에 스마트팜 기업을 유치해 ICT융합기술을 활용한 산업용 헴프를 안전하게 재배하고, 헴프에서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고순도 CBD(통증과 염증을 줄이며 간질 발작을 조절하고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성분)를 추출·정제해 원료 의약품으로 제조·수출하거나 대마 성분의 의료목적 제품을 개발·제조한다. 특히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안동시 바이오산업연구원 일대와 경산시에 이미 조성된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북 바이오산업단지 2단지를 ‘대마기반 바이오산업 특화산업단지’로 육성, 바이오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안동이 ‘경북 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헴프재배 실증,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실증, 산업용 헴프관리 실증 등을 위해 바이오산업단지에 입주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특구 사업에는 산업용 헴프 재배 사업 19개사,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사업 14개사, 산업화 헴프 관리 사업 3개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식약처)도 올해 6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 중 하나로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의료용 헴프 제조와 수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발표하며, ‘헴프’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올해 1단계 특구사업(재정지원) 종료 후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사업이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특구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례관리, 안착화 지원, 전주기 이력 및 보안관리 등 발전을 꾀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는 3차 특구 중 가장 먼저 실증에 착수했으며, 특구 내 기관 및 기업을 20개에서 35개로 확대, 고용창출(72명), 안동과학대학교 바이오헴프학과 신설을 통한 인력양성 등 한국 헴프 산업화의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8월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우수특구로 선정돼, 추가 예산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았다.
□ 김천의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김천의 스마트 그린물류 특구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도심형 생활물류 산업화 선점을 목표로 미래 G-물류산업 육성의 신호탄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의 주차장 내 첨단IT기반 물류센터를 구축해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서비스를 실증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1년 6월 제8차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회에서 지정받았다.
이 특구는 올해 8월부터 오는 2025년 7월까지 총 29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김천시 구도심과 혁신도시 일원에서 11개의 첨단물류 혁신기업이 참여해 도심지 노외주차장을 이용한 주차장 겸용 스마트 생활물류거점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중소상공인 전용 풀필먼트 물류서비스(AI연동 재고관리, 온라인 주문연동, 분류, 포장, 반품 등 물류일괄대행서비스)와 중소상공인 제품 및 기존 택배물품의 이종 물류를 통합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도심 4㎞ 이내 구간 물류배송에 쓰이는 1t 디젤 트럭을 3륜형 전기자전거로 대체하고,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해 물류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자 추진됐다. 경북도는 특구사업을 통해 △상생-협력모델 △지역 일자리창출 △신산업 육성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현재 이곳 특구에는 메쉬코리아 본사이전 및 1천억 원 투자유치 등 쿠팡, 메쉬코리아, 알톤자전거 등 도심형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6개사,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서비스 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경북도와 김천시는 11월 율곡동 지텍 크리스탈파크에서 출발해 이지더원 아파트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따른 카고바이크 실증을 실시 했다.
이날 실증은 20명의 운전자들이 전기자전거·일반자전거·전동퀵보드·카고바이크를 타고 진행하는 등 기존 자전거도로를 운행하는 이륜자전거와 개인 이동장치인 전동퀵보드 등과 함께 주행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주행특성 데이터 수집, 특례대상 차량 혼입 비율 변화에 따른 교통 영향도 분석 수행으로 2023년도 실제 사업에 대비했다.
□ 경산의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특구
경산의 무선충전 특구는 올해 8월 제8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경북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가 심의 의결돼 신규 특구로 지정 지난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4년간 총 사업비 185억 원 규모로 경산 지식산업지구 일원에서 국내 전기차 무선충전 분야 혁신기업 8개 사가 참여한 가운데 실증을 수행한다. 8개 회사는 그린파워, 화인파워엑스, 파워마스터반도체, GS커넥트, 에이스안테나, 레더스테크놀로지, 마이브, 바이에너지사다.
무선충전 특구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혁신을 통한 전기차 충전 패러다임 대전환이 핵심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충전방식을 전환해 사용자의 편리성과 안전성, 기기 간 호환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는 3가지 세부사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기차 고출력 무선충전 실증으로 22kw급 무선충전 시스템의 선제적 실증과 향후 초고속 무선충전(50kw 이상) 국제기준 정립에 참여한다. 또 정유사의 미래형 주유소 신사업과 연계한 국내최초 도심거점 주유소 내 무선충전인프라 실증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초소형 전기차 무선충전 실증으로 주요기술 국산화 및 상용화 실증을 통해 물류, 택배 서비스 등 특수목적차량에 우선 적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번 특구를 통해 미래차 신산업벨트 구축, 무선충전 산업생태계 조성, 신시장 창출, 혁신성장 거점 구축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 경북도 세포배양식품으로 5년 연속 특구 지정 추진
2019년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2020년 안동 산업용 헴프, 2021년 김천 스마트 그린물류, 올해 경산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특구를 출범한 경북도는 2023년 지정 예정인 제9차 규제자유특구 신규지정에서도 ‘세포배양식품(배양육)’을 내세워 5년 연속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포배양식품은 2028년이면 시장규모가 28조 원(연간 생산량 15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선진국도 세포배양식품을 인정하는 추세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식품을 식품으로 인정해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에선 2020년부터 세포배양 닭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세포배양식품의 선두국가인 네덜란드에서는 2013년 세포배양 소고기 패티를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 일본, 중국 등도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창업이 확산하는 추세다.
경북도는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될 시 미래형 식품산업을 육성, 신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철저한 준비와 기획으로 5번째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에 세포배양식품 특구가 지정된다면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식품에 대한 선제적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식품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기업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