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나는 우리 집 방바닥이 계단처럼
여러 칸이었으면 좋겠다
첫번째 계단에는 결혼하기 전
알던 여자를 눕히고
그 바로 위 계단에는 그녀가
낳아보지 못한 내 아이를 누이고 싶다
눕기 싫다고 아이가 앙탈하면
내가 대신 기저귀 차고 드러눕고 싶다
아니면, 피로에 지친 암개미처럼
나 혼자라도 알 까고 싶다
그리고 문득 눈 감으면
그 모든 계단들이 부챗살처럼 접혀
아무도 내 생각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분)
위의 시는 “-싶다”와 “-좋겠다”의 문형을 반복하면서 아이처럼 소망을 표현한다. ‘시 창작 연습’이란 기성관념에서 벗어나 시 쓰기를 통해 자신의 소망-그 소망을 남이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까지-을 아이처럼 천진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연습이다. 이 연습의 핵심은 무언가 덧칠하는 수사를 배제하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 명징하게 그려내는 것일 터, 이때 시는 정직함이라는 순도를 얻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