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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코로나 투병기

등록일 2022-12-20 17:16 게재일 2022-1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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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 2년 동안 운 좋게 피해왔는데 결국 걸려버리고 말았다. 백신은 2차까지 접종했지만 시일이 꽤 지나서 항체가 거의 없어졌던 모앙이다. 증상은 일요일 아침부터 발현됐다. 발열, 몸살, 오한, 목과 가슴 통증, 기침, 콧물과 가래 등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이었다. 마련해두었던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하니 아니나 다를까, 두 줄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는데, 나는 꽤 심하게 앓는 축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던 동료들을 내심 부러워하며 ‘나도 가볍게 코로나 좀 걸려서 일주일쯤 쉬었으면’하고 생각했던 것을 깊이 후회했다. 일반적인 감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열과 통증이었다. 특히 처음 며칠 동안은 가슴과 목을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어 코로나가 폐렴의 일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상비약으로 구비해 둔 타이레놀 덕분에 일요일은 겨우 넘기고, 월요일 아침에 선별진료소를 찾아 PCR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포항시에서 살고 있는 1인 가구다. 선별진료소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기에 조금 힘들지만 혼자 걸어서 다녀올 수 있었다. 문제는 PCR검사 결과 확진임을 문자로 통보받은 뒤다. 코로나19 감염증 홈페이지(https://ncov.kdca.go.kr/)에 안내된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어 원격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확진자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절대 스스로 약을 받으러 가지 말고 가족 또는 대리인에게 부탁하라고 나와 있었기에, 원격진료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현재 그런 서비스는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직접 차를 몰고 원격진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보낸 약국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약국의 유리문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약국 앞에서 전화하면 약사가 약국 밖으로 나와서 약을 건네준다는 내용이 붙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내가 직접 약국 안까지 들어가서 약을 받고 결제까지 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치료의 온상이 되어야 할 약국이 오히려 코로나 감염의 허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포항시는 산업구조의 특성상 1인 가구가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며, 전국적으로도 1인 가구는 급격한 증가세에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감염증 홈페이지’의 확진자 행동 지침이 1인 가구를 고려하지 않고 가족 또는 동거인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크다. 가족공동체는 빠르게 그 수명을 다해가고, 사회구조는 1인 가구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1인 가구들의 노동력이 산업현장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가족중심주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족에게 부여된 의무를 국가와 사회가 나눠서 짊어질 때 가족을 만들어 볼 생각도 드는 게 아닐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사회라면 출산, 육아, 노인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실행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멍에가 아니라 기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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