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놀이터 한켠의 시소에 여섯 살 여자아이와
일흔의 할머니가 마주앉아 있다
여섯 곡절의 노래로 늙은 꽃나무에 불을 매달면
길 먼 사람의 발자국처럼 저녁 강의 물소리가
서쪽 하늘에 고인다
어린 묘목들만이 남아 그림자를 거두는 시간
씨 빠진 꽃대궁의 하늘에 함박눈이 쏟아지고
시소는 금세 손잡이처럼 외로운 모양으로 비어진다
그 무엇도 누구의 것도 아닌 시간이
늙은 우편배달부처럼 다녀가는 모양이다
수천의 첫 하늘, 눈이 길게 내린다
“놀이터 한켠의 시소에” 마주 앉아 있는 두 삶. 여섯 살 여자아이의 삶은 피어나고 있는 꽃과 같고 그 맞은편의 할머니는 이제 곧 져버릴 이파리와 같다. 할머니가 여자아이로부터 듣고 있는 “여섯 곡절의 노래”는 “늙은 꽃나무에 불을 매”단다. 삶에 남아 있을 불같은 기억들이겠다. 그 기억들은 죽음으로 통해 있을 “서쪽 하늘에” 이제 멀리 떠나가며 남겨놓은 “발자국처럼” “저녁 강의 물소리”로 고이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