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팀의 8강 진출이 아쉽게도 좌절되었다.
그러나 조별 리그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기량과 전술, 투혼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ESPN을 비롯한 유수의 세계적인 스포츠 매체도 매우 관심 있게 다루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가나 경기는 비록 우리가 2대3으로 아깝게 지긴 했지만, 내용에는 카타르 월드컵 조별 리그 최고의 게임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지난 3일의 포르투갈전은 믿기 어려운 기적의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훌륭한 경기력과 투혼을 보여 준 한국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하자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물론 전 국민이 기뻐하고 환호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축전을 전하며 대통령 휘장이 선명한 축하와 응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축하하고 기뻐한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외신은 짤막하게 새로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포르투갈 언론 코레이오 다 마냐와 마이스푸테볼 등에 따르면 한국-포르투갈전이 끝난 직후 드소자 대통령은 한국팀의 벤투 감독에게 “포르투갈이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유능한 벤투 감독이 한국팀을 잘 이끈 결과다”며 “우리는 한국보다 좋은 전력을 갖췄지만, 오늘 경기는 한국이 더 잘했고 나는 벤투를 좋아한다”고 자국 출신의 한국 대표팀 감독이 16강 진출한 것을 기꺼이 축하하고 나섰다.
벤투 감독은 알려진 것처럼 현역 시절에는 포르투갈의 국가대표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던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다.
이러한 외신의 짤막한 보도를 접하며 나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국팀에 패배를 안기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을 향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다니.
이처럼 공정한 경기 규칙에 의해 치러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비록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도 승자를 축하해 주는 스포츠 정신은 참으로 위대하다.
여기에서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국 출신 지도자가 경쟁국의 감독이 되어 자국 대표팀에 패배를 안겼음에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거창하게 찬사를 보낼 일이 아닌지도 몰라도 그의 솔직한 축하 메시지에 나는 감동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자연환경이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를 통해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지혜를 구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포르투갈의 드소자 대통령은 그의 짧은 메시지 하나로 한국의 지방 소도시 군수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처럼 진실함은 모든 것을 넘어선다.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가 있다.
천냥은 현재 가치로 5천만원에서 7천만원 상당이라 한다. 이처럼 큰 금액이라도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지만, 보통은 말을 잘못하거나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서 손해를 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상한 현실에 살고 있다.
내가 전하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다양하고 치열한 경쟁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잦은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오는 결과에 대하여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라본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며 각각의 요인을 분석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삶의 질도 더 높아지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긴장과 흥미를 더해가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의 와중에 들려온 먼 나라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