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동틀 무렵, 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오고 아직 저마다의 이름을 채 밝히지 못한 시간, 가난은 그래도 사람들을 먼저 깨워 이 시간을 온전히 지키라 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과 저 산을 지나 우주 한 끝에 닿는 길을 당신이 먼저 걸어보라 합니다. 아마 그 몸에도 동이 트려나봅니다. 아직 잠든 식구들을 두고 시퍼런 눈으로 동트는 사람들, 그들이 한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부분)
명명되기 직전의 시간인 ‘동틀 무렵’,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한 가장의 몸에 빛이 닿고 있다.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가난한 실업자들의 몸에도, 박명의 새벽이 시퍼렇듯이 “시퍼런 눈으로” 동이 튼다. 이들이 떠오르는 햇빛을 받으며 삶의 욕망을 되찾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삶이 생성될 것이다. 나아가 이 새로운 삶들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 세계는 새로운 우주로 변모하면서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