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 붙는다
그리고는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
누가 중심인지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어졌다
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
그렇게 내 사랑도 옮겨 붙고
산에 산에
꽃이 피네
꽃밭의 모든 꽃이 스스로 중심이듯이, ‘촛불 시위’에서 촛불을 든 모든 사람은 스스로 중심이다. 촛불이 전염력이 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중심이 될 수 있어서 극도의 자발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인은 위의 시에서 촛불이 사람들 사이에 “옮겨 붙는”다는 일은 꽃이 피어나는 생명 현상-사랑을 통해 생겨나는-에 따르는 것임을 암시한다. 사랑이 옮겨 붙어 번져나가는 사건, 그것이 ‘촛불’이라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