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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기도

등록일 2022-12-08 18:13 게재일 2022-1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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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이 밤

대지 밑 죽은 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깨운다

 

지하를 흐르는 검은 물줄기가

누워 있는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와

몸 가득히 어두운 말을 풀어놓는 시각

죽은 자의 입에 물린 은전의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부분)

시인이 시체와 동화(同化)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으스스한 묘사로 전개되는 시다. “내 잠을 깨”우는 시체의 “웅얼거리는 소리”는 현실의 악몽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고, 시체들이 묻혀 있는 지하의 검은 물들로 변환되어 시인의 “귓속으로 흘러들어” 온다. 하여, 시체가 물고 있었던 “은전의 쓴맛이/목구멍을 타고” 시인의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죽음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 시인의 몸을 통해 살아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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