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지금은 우리가 죽어가는 시간
인생의 고통이 끝나는 시간
신경통 같은 죽음, 죽음,
갈망하면서 얼마나 거부했던 죽음인가
지금은 나무와 꽃들이 해골이 되는 시간
인간이 독물든 흉기임을 인정하고 참회해야 한다
서로 깊이 이해하고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여기 우리 함께 있다는 것
마지막 춤….
천천히 마지막 춤을(부분)
시인이 “우리가 죽어가는 시간”의 ‘신경통’을 앓으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은, 그 슬픔 역시 무너질 것이며 결국 길이 보이리라는 어떤 희망 때문일 것이다. 그 희망은 세상이 곧 멸망할지라도 “서로 깊이 이해하고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는 윤리를 뒷받침해주리라. 그렇기에 시인은 종말의 징후 앞에서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마지막 춤’을 추리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