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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草墳)

등록일 2022-12-01 18:23 게재일 2022-1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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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나 죽거든 애인아

바닷가 언덕에 초분 해다오.

바닥엔 삼나무 촘촘히 놓고

솔가지와 긴 풀잎으로 덮어다오.

 

저무는 바다에

저녁마다 나 넋을 놓겠네.

살은 조금씩 안개 따라 흩어지고

먼 곳의 그대 점점 아득해지리.

그대도 팔에 볼에 검버섯 깊어지고

시든 꽈리같이 가슴은 주저앉으리.(부분)

 

김소월의 ‘초혼’에서는 화자인 산 자가 허공에 대고 죽은 자를 헛되이 부른다면, 위의 시의 화자는 죽은 자가 되고자 욕망한다. 하지만 그 욕망은 완전한 소멸에의 욕망이 아니어서, 그는 점점 아득해질 “먼 곳의 그대”를 바라보며 넋과 살이 “조금씩 안개 따라 흩어”질 수 있는 초분을 원한다. 그는 실연의 슬픔에 못 이겨 죽음을 원하면서도‘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러움 역시 놓지 못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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