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광주에서 배척당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5·18 단체들이 홍준표 시장의 광주 방문 때 홍 시장의 5·18 민주 묘지 참배를 거부했던 것이다. 대신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에 대한 사과와 추모공간 방문을 요구했다. 5·18 기념공원 추모승화공간에 5·18 유공자 4천296명 명단이 공개돼 있으니 홍 시장이 직접 방문해 명단을 눈으로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홍 시장은 지난 6월 대구시장 당선인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에게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 단체에게는 예민한 사안이었다. 이 단체는 이를 새겨두었다가 광주를 찾은 홍 시장에게 5·18 묘역 참배 거부로 응답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달빛동맹’ 행사에 참석키 위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홍 시장은 결국 묘역 참배는 않았다. 개운찮은 뒤끝을 남겼다.
지난 2020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즈음해 5·18 유공자 명단이 논란이 됐었다. 5·18 연금 수령자 명단에 유력 정치인 등 5·18 현장에 없던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사회 일각에서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SNS 등에는 이들을 대한민국 신귀족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이 일면서 광주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공적조서 공개 요구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홍 시장은 당시 5·18 유공자 명단에 부적합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른 것을 두고 공개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방송에서 스쳐 지나갔던 발언이 대구와 광주가 ‘달빛동맹’을 통해 상생발전을 꾀하는 상황에 돌출 장애물이 됐다. 양 단체장의 양해로 난처한 국면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대권을 꿈꾸는 홍 시장의 행보에 ‘돌부리’가 될 소지가 없지않아 보인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도 께름칙하다. 광주의 상처를 건드리고 자긍심을 금 가게 한 때문이다. 정작 5·18유공자 명단은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홍 시장은 사단이 벌어지고 난 후 광주지역 방송과 대담에서 “유공자에게 제대로 된 예우가 필요해서 공개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한때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발언 찾기가 유행했었다. 바로 ‘내로남불 발언 찾기’였다. 조 전 장관의 기고문과 SNS 글이 대상이었다. 무수한 내로남불 사례가 SNS 등에 올라왔다. 여러 매체에 쓴 글이 되레 조국의 올가미가 됐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발언은 언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모른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되돌아올 때는 당사자에게 뼈아픈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공직자의 처신과 언행은 진중해야 한다. 홍 시장의 5·18 발언은 소신 발언이었고 당시 여론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특정 언급이 장소와 형편에 따라서는 되레 자신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혐오의 시대에 차별하고 구분 짓고 상처 주는 말은 금물이다. 하물며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 주자임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