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노승욱 교수(인문사회학부)가 포항이 가진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다양한 가치와 가능성을 담아 최근 펴낸 ‘포항의 길 스토리텔링 용역 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포항시청의 의뢰를 받아 포스텍 산학협력단을 통해 수행됐다.
이 보고서의 차별성은 포항과 연관된 역사적 인물인 겸재 정선(鄭敾), 포은 정몽주(鄭夢周), 다산 정약용(丁若鏞), 우암 송시열(宋時烈), 이육사(李陸史), 박목월(朴木月), 원효(元曉), 석곡 이규준(李圭晙)을 주제로 포항에 산재한 여러 관광지를 상호적으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길 스토리텔링(road storytelling)’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관광 아이템이 과거 행적의 소개에 머물고 있는 점을 극복하고,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적 관점에서 새로운 존재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포항의 길’은 평소 관광객들의 방문 기회가 적은 관광지들도 ‘로드 스토리텔링’에 의해 서로 연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하고 있다. 포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 8인을 통해 새롭게 기획된 ‘포항의 길’은 별자리처럼 묶여져서 의미 있는 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포항은 땅과 바다, 하늘이 모두 길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노 교수는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통해 ‘포항의 하늘길’이, ‘포항 운하’를 통해 ‘포항의 바다길’이 땅과 산의 길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항공, KTX, 버스 등 사통팔달로 포항은 다른 지역과 연결되어 있지만, 포항역(KTX역사)은 포항 관광에 관심을 일으키는 자극제도 없고 무인도처럼 동떨어져 있다고 노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도보 여행자, 자전거 여행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를 제안한다.
노승욱 교수는 “포항은 철강도시의 신화와 스토리는 많이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일군 역사적·문화적인 스토리에 대한 관심과 개발은 미흡하다. 산업은 언젠가 쇠퇴할 수 있으나 역사와 문화는 영원히 존속된다. 따라서 포항을 역사와 문화, 예술로 채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노 교수는 “포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 8명을 선정해서 그들이 포항과 맺고 있는 인연의 흔적을 새로운 관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8인의 역사문화콘텐츠는 포항의 정신적 문화유산이면서도 동시에 관광산업자원이다. 포스트코로나시대의 관광객은 전인격적인 가치 체험을 원하고 있다. 8명의 역사적 인물을 찾아서 떠난 여행에서 관광객들은 뜻밖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보고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8개의 길이 새롭게 만들어지면 도로표지판, 스토리보드, 표지석, 지도 등과 8개의 길 이름을 딴 카페와 식당 등이 새롭게 만들어지게 된다. 언어 경관이 바뀌면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바뀐다. 이것이 문화도시 포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힘이다”라며 ‘포항의 길’이 나가야 할 바를 전한다.
‘포항의 길 스토리텔링’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 차별화된 인문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포항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8개의 길’을 실질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1개의 길’을 시범적으로 조성해보면 어떨까? 창의적 행정의 힘을 믿어본다.
/서종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