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인
어느 생의 혓바닥이 불러온 업보인지
딱딱한 뼈의 입술 두 쪽에
혓바닥 하나 숨겨 생애를 건너가는 중이다
물속에서 내다뵈는 것은
먼 깜박임
저건 시리우스 저건 좀생이 별
저기에도 생을 기댈 짭조름한 물이 있을까
바람 칠수록 명멸하는 찬란을 본다
머나먼 거기
뉘 손짓이 저리 반짝이는지
조개는 날개를 펴듯 움찔 움찔
패갑을 열었다 닫곤 한다 (부분)
시에 따르면 조개는 “물속에서/내다뵈는” 별로부터 “바람 칠수록 명멸하는 찬란을” 보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저 반짝이는 별로부터 ‘뉘 손짓’을 감지하면서 “날개를 펴듯 움찔 움찔/패갑을 열었다 닫곤” 한다. 놀랍게도 시인은 조개껍질을 살짝 여닫는 조개의 미세하고 느린 몸짓에서 저 하늘 위의 별로 날아가려는 비상(飛上)의 몸짓을 포착하고는, 조개껍질이 날개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