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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힘

등록일 2022-11-28 18:02 게재일 2022-11-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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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용

태풍은 잔인하지만, 봄바람은 꽃향기를 남긴다

0.3평에 외롭게 핀 거제도 민들레

들꽃이 피는데 넓은 땅은 필요하지 않았다

기댈 구석도 없는 연약한 자세로

코고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작은 것의 힘,

세상을 들어올리는 힘은 덩치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는 작은 마음에 있다

민들레의 고공행진

새처럼 날아 하늘에 닿고

우리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부분)

작은 곳에서 피어나는 민들레는 봄바람에 향기로운 아름다움을 싣는다. 이 아름다움이 태풍이 할퀴고 간 대지를 풋풋하게 재생시킨다. 민들레는 바람에 날리며 “새처럼 날아 하늘에 닿”으면서, 하늘을 위로 들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우리와 대비되면서 말이다. 우리 인간은 ‘작은 것의 힘’을 인식하지 못하고 크고 강한 것들을 숭배하면서 그것들의 무게에 짓눌려 살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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