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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의자에 앉으면 모든 게 잘 보이지

등록일 2022-11-24 16:36 게재일 2022-1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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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

친구 부음 소식을 받고

밥 약속을 미룬 것이 후회되어 허공만 바라보지

모든 죽음에는 이야기가 있듯이

모든 이별에도 이야기가 있고

 

다니던 일터에서 치워진 의자처럼

소모품이 되어가는 누군가

오늘의 수명이 가벼워지고

죽어가는 꽃들을 향한 경건한 마음이 들어

 

약점이 모여 강점이 되고 있는 나는

병원 문을 비집고 들어와

숨을 토하는 실핏줄 도드라진 여윈 햇살을 한 움큼 움켜쥐지 (부분)

죽음은 허망해보이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깊은 마음을 일으키고 이야기를 남긴다. 이 마음은 어떤 사랑을 생성시킨다. “실핏줄 도드라진 여린 햇살을 한 움큼 움켜쥐”는 행위가 바로 사랑의 표현이겠다. 곧 사라질 것 같은 햇살, 이는 숨을 힘겹게 쉬고 있는 병자의 살갗이기도 할 것이다. 이 죽어가는 이의 살갗과 접촉하는 것은 허망에 빠질 수 있는 그의 삶을 껴안는 행위다. 죽음의 앞뒤에 사랑이 남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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