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희멀건 눈으로 눈짓을 하셨다
안개꽃을 보이다가 다시 거둬들이듯
인공호흡기를 빼라는 신호였다
아직은 아니라고, 좀 더 인공의 힘이 필요하다고
나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호흡기 줄을 건너 주름진 손을 겨우 내미셨다
오래 마른 낙엽 위에
내 얇은 체온을 꺼내 덮어드렸다
마지막 온기가 미지근하게 도는
저녁놀
‘아버지’와 ‘나’의 몸이 접촉하고, 이 접촉을 통해 ‘아버지’와 ‘나’는 서로의 온기로 감전된다. 이 온기는 저녁놀처럼 곧 사라지겠지만, 몸의 기억으로 시인에게 각인될 것이다. 하여, 시인의 몸속에는 시인과 함께 했던 아버지와의 삶이 잠재화되어 존재하게 된다. 우리의 몸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타인의 삶도 녹아들어 있는 것, 시인의 손에 아버지와 함께 한 사랑과 슬픔의 삶이 응축되어 존재하고 있듯이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