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시장의 오체투지는 해가 저물고야 끝났다
으슥한 골목, 고무판 아래 접어둔 다리를 꺼내 주무르며
통 속 수입을 헤아리는 그의 낯빛이 어둡다
(중략)
바닥을 기는 것만이 이제껏 익혀온 생활의 기술,
가로등이 밝혀놓은 그의 손바닥에는
타르초처럼 붉고 푸른 상처들만이 나부낀다
(중략)
이제는 하루 치 고행을 끝낸 두 다리를 위해
남루한 전생을 벗어놓고 가지런히 누울 시간,
통 속에 구겨진 영혼을 주워 담아 일어서는
그의 손에는 아직도 먼 순례의 지도가 남아 있다
“고무판 아래 접어둔” 그의 두 다리는 순례의 길을 걷는 고행자의 다리다. 그의 숨겨진 다리는 역설적으로 성스러운 언덕을 걸어 올라간 다리인 것이다. 고행은 그의 삶 자체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순례의 끝은 멀리 있고 “그의 손에는” “먼 순례의 지도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하여 그가 살아온 삶의 길 전체는 손바닥의 상처를 통해 몸속에 새겨지고, 그 길은 앞으로 살아갈 순례의 지도를 생성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