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첫눈 내리는 거리에서 말하다
꺼질 듯 말 듯 되살아나는 촛불 아래서 말하다
불길처럼 온 도시를 흘러가며
슬픈 고래의 울음소리로 말하다
누군가 귀를 열고 알아들으라고 말했다
꽃 스티커를 경찰버스에 붙이며
아직도 푸른 바다 밑이라고 말했다 (부분)
도시는 “푸른 바다 밑”이다. 거리를 걸으며 불길이 되어 “도시를 흘러”간다는 것, 그것은 고래가 바다 밑을 유영하는 것과 같다. 도시는 수장되었다. 촛불은 그 수장된 거리를 유영하는 “슬픈 고래의 울음소리”다. 그 울음은 거리를 가로막은 경찰버스에 꽃 스티커를 붙이는 저항 행위이기도 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울음소리로 말하는 것, 그 울음은 내향적이지 않다. 누군가를 향해 귀를 열라는 외침이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