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정
봄은 뱀파이어처럼 온다
저 산벚나무 피가 낭자하다
Let me in
불면으로 누렇게 튼 산수유 입술에서
노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의 사랑은 늙지 않아요
꽃나무 아래 나의 목덜미가 창백하다(부분)
뱀파이어는 늙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 언제나 신선하듯이. 사랑 역시 언제나 신선하다. 시에 따르면 봄은 뱀파이어다. 봄은 잠자고 있던 숲의 피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이 오면 산벚나무는 낭자하게 피를 뿜어내고 산수유는 ‘노란 탄성’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 흡혈은 사랑의 행위라는 것, 하여 ‘나’ 역시 창백한 목덜미를 “꽃나무 아래” 내놓고 피 빨릴 준비를 한다. 사랑에 감염되고 싶다는 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