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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1-07 19:39 게재일 2022-1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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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석탄을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굴러가는 철길 너머에 저탄장이 있다. 거대한 재의 무덤, 바람에 석탄가루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흩어진다. 그것은 바람에 불려간다. 검은 바람, 펄럭이는 검은 작업복, 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잠시 후, 이번에는 갱목용 통나무를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지나간다. 그것은 멀어진다. 그것은 사라진다. 검은 바람이 불고 있다. 저탄장의 탄가루들이 철길 건너 저녁 골짜기로 멀어진다.(부분)

 

이제 더 태울 것이 없는 재는 시체와 같다(재의 세계는 무덤이다). 썩은 시체의 분비물처럼 재도 ‘흩어진다.’ 그 시체의 가루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죽음의 씨앗처럼 온 마을에 죽음을 전파하고 심는다. 바람은 그래서 ‘검은 바람’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작업복은 재에 뒤덮여 검다. 탄부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저탄장의 탄가루들이 바람을 따라 “철길 건너 저녁 골짜기로 멀어”지듯이 시인의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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