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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소홀, 일상이 된 ‘공포’

등록일 2022-11-03 18:10 게재일 2022-1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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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정치에디터
홍석봉 정치에디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과 문화 강국의 자긍심이 산산이 무너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왜 이렇게 빈발하는 후진국형 참사에 치를 떨어야 하는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와 가족의 참담한 아픔은 어떻게 달랠 것인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다. 국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언제 어디서 또 어떤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서다.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은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국민 가슴을 후벼 팠다. 파문이 확산되자 사과했다. 비난은 숙지지 않았다. 장관 파면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과 경찰·소방청장이 줄이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고개 숙였다.

당국의 대처 소홀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압사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112신고가 잇따랐지만 외면했다. 3년 만의 사회적거리두기가 없어진 핼러윈 행사에 10만 이상 인파가 예측됐지만 행정과 경찰은 손 놓고 있었다. 많은 조짐이 있었는데도 대책 마련을 등한히 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과 늑장 보고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책임 추궁이 불가피해졌다.

이태원 참사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예로부터 가뭄과 홍수 등 기상재해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 임금이 ‘부덕의 소치’라며 기우제를 지내고 하늘에 빌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지는 못할 망정 책임을 발뺌했다.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과 능력이 의심받는 이유다. 국민 마음을 헤아려야 했다.

사태 수습과 보상 등 문제가 남았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대응 부실을 사과해야 한다. 더 이상 안전 소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국민의 안전에 대해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는 공직자의 직무라는 점과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한 발언이다.

국내외 전문가 진단도 쏟아졌다. 밀집된 군중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사전 준비만 제대로 했어도 충격적인 인명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과밀 상황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무감각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순신 장군은 평소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전쟁에서 이겼다. 안전에 요행은 없다.

정부는 뒤늦게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뒷북 행정이다. 그래도 구멍 난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 있는 안전불감증의 기제가 여지없이 작동했다. 우리는 대구지하철과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몸서리치는 사고를 겪었다. 공포가 일상이 됐다. 그렇게 안전을 강조하고 투자했지만 아직도 구멍투성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망을 촘촘히 갖췄지만 별무효과인 듯 하다.

항상 안전에 대비하는 국민 의식이 필요하다. 애도 국면이 끝나면 바로 책임추궁과 보상에 들어갈 것이다.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언제쯤 일상이 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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