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
잠시 정적이 머물러 있는 숲에서는
간간이 보일러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솔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유리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라간다
유리새여 무량의 시간 속으로
오르는 새여
너희 비상은 햇빛에 부딪히고
마모되면서
절대음처럼 소멸하고 시간들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기고 사라져간다 (부분)
정적 속에서 갑자기 비상하는 유리새는, 정적-시간의 정지-을 깨뜨리는 어떤 순간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갑작스레 비상한 그 새들은 곧바로 햇빛에 타버리기에, 그 순간은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시인에게 진정한 시간이란, 이 비상과 소멸(삶과 죽음)이 통합된 순간이다. 하나 우연히 맞닥뜨린 이 순간을 붙잡을 순 없다. 다만 그 순간이 일으킨 강렬한 전율은 우리의 눈에 불에 덴 자국 같은 상처를 남길 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