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 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너’가 팔찌를 완성시키는 순간, 그 ‘둥근’ 모양의 팔찌는 자신의 공간을 형성하며 세계를 적막 위에 놓는다. 팔찌 테두리 안의 빈 원 속으로 “우주가 수렴”되고(원은 우주적 전일을 상징한다), 그 덩그렇게 놓인 하나의 소우주는 더욱 쓸쓸함을 퍼뜨려 우리는 어느덧 우주의 무상성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이 적막 속에서 우리는 무상의 우주와 섞이며 존재 자체를 발견하고 그 우주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