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지친 당신 곁에 눕는다
내가 지금 부여잡은 당신의 손
한 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았을 때
다른 손은 빈손이 된다
그 수많은 손금 중에
내 것과 똑같은 것이
하나는 있을 거라는 생각
당신의 손금을 손끝으로 따라가다
어디쯤에서 우리가 만났을지
가늠해본다
서로의 머리카락을 묶고 자면
우리는 같은 꿈을 꾸게 될까
어지러운 침대 같은 밤하늘에 뜬 반달
밤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는다
(부분)
화자가 “지친 당신 곁에” 누워 “당신의 손”을 부여잡는 것은 자신의 고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일 터, “당신의 손금을 손끝으로 따라가”는 모습은 퍽 감동적이다. 하지만 한 손을 잡으면 “다른 손은 빈손이 된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언젠가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될지라도, 삶의 한 쪽은 비어 있을 것이다. 화자가 “밤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