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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여사님’

등록일 2022-10-27 18:33 게재일 2022-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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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정치에디터
홍석봉정치에디터

한 상가(喪家)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상주가 문상객들을 맞으면서 상가 일을 돕던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며 음식을 요청했다. 그 순간 뒤돌아본 50대 여성은 표정이 굳어진 채 레이저 눈총을 쏘았다. ‘아줌마’라는 말에 감정을 상한 듯 했다.

옆에 있던 상주의 지인이 ‘아차’ 싶어, “여사님!, 상주가 잘 몰라서 그런 모양인데 이해해주세요”라며 상주를 옆으로 밀어내 겨우 어색한 국면을 모면했다.

요즘 상가의 여성 도우미를 ‘여사’로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동석했던 문상객 다수가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듯 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일행들은 ‘아줌마’라는 말이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인지 여부를 두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아줌마’라는 말은 ‘아주머니’라는 말의 낮춤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나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아줌마는 그만큼 우리에게 스스럼없고 친근한 말이었다. 오랜 세월을 무탈하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아줌마가 어느 순간 비하의 표현이 됐고 금기어가 됐다. 잃어버린 ‘동무’처럼,‘ 여사님’이 대신했다.

한때 방송인 김어준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호칭이 논란이 됐다. 한 민간단체 대표가 ‘김건희 씨’ 호칭 사용을 두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것이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호칭을 안 쓰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각종 언론 등에 ‘여사’가 통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결국 지지자들의 요구에 따라 ‘여사’ 호칭이 굳어졌다. 대중의 언어 습관 변화 등을 고민한 결과였다. ‘00씨’라는 표현이 높임말임에도 불구,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에서는 ‘여사’가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이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이다. 감히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한다. ‘존엄’을 해칠 수 있어서다.

여사(女史)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 또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현재는 다른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호칭이 마땅치 않은 나이 많은 여성을 ‘아줌마’ 대신 부를 때 사용한다.

그런데 요즘 다수의 여성들이 근무하는 곳에는 ‘여사’가 일반적인 호칭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는 우정실무원들도 현장에서 ‘여사님’으로 불린다. 할인점에서도 도급 여성 사원들에 대해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한때 ‘사장’호칭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구멍가게 주인도 사장이고 너도나도 사장이라고 불렀고, 행세를 했다. 이젠 기업체의 ‘대표’와는 엄연히 구분돼 사용된다. 시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바야흐로 ‘여사 전성시대’다. 대통령 부인도 여사고, 노가다 현장의 여성도 ‘여사’다. ‘사장’ 호칭이 일반화된 것처럼 여사도 상하귀천이 없이 사용하는 호칭이 됐다. 그래도 정겨운 ‘아줌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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