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부음 소식에
눈에 덮인 젖가슴이 다시 한껏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식구가 늘 때마다
가슴이 파헤쳐지고 겨드랑이
솜털이 날리고 구름이 만장처럼 떠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해 질 무렵이면
가슴이 부스럭거리기 시작한다
늘어진 배를 발로 찬다거나
꼬물꼬물 젖을 빨며 한 삶을 준비하는 봉분은 빵빵하다
하루의 노역이 힘에 부친 듯
주둥이를 땅속에 묻고
꿈쩍도 하지 않는 산
발아래 얼음장 밑 실개울 물은
말없이 흘러간다
갓 태어난 몸이 저 물길 따라
새 세상으로 들어가는
봉긋한 숨소리에 산은 모로 돌아눕는다(부분)
이승에서의 삶은 죽어 봉분 속으로 수축되지만, 그 ‘죽음-삶’은 뒷산의 젖을 빨면서 재생하여 다른 삶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 삶의 조짐을 보여주는 사물이 뒷산의 “가슴이 파헤쳐지”면서 날리는 “겨드랑이 솜털”이다. 이 솜털은 ‘새로운 삶’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봉분 속 주검의 소망에 의해 날리게 되는 것일 터, 그 새로운 삶이란 “발아래 얼음장 밑 실개울”의 물길 따라 들어가는 “새 세상”에서의 삶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