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생계에 질린 냄새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모두 탄력 잃은 삶들에
걸려 있어 짠하다
문턱이 튕겨지며 눈썹을 흩트릴 때마다
떨리는 완력들
각도대로 자주 인내의 모양을 바꾼다
원을 그리다가 평행선으로 치솟고
곡선으로 힘주다가 파선으로 쏟아진다
뒤태들이 실수로 버려지지만
헐렁한 등을 입고 있어 푹신하다
내 등에도 뒤집힌 등들이
실수로 옮아온다
톡톡 터지는 뜨듯한 솜털들
각자의 행선지로 같은 노선을
기어가는 아침마다에
갓 태어난 내가 안겨 있다
한강을 건너면 오늘은 살아나고
문턱이 쏟아질 때마다 하루씩
어려진 나이를 먹는다(부분)
생활인의 일상을 안은 ‘버스-삶’이 달리면서 튕겨지고 흔들리는 탑승객들의 뒷모습은 마치 “실수로 버려”진 것처럼 쓸쓸하다. 하지만 저 버려진 ‘뒤태들’을 보여주는 생활인들은 도리어 “헐렁한 등을 입고 있어 푹신”한데, 외로운 이들이야말로 따스함의 소중함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여 버스 속 이들 사이에 있는 ‘나’는 “갓 태어난” 아기가 되어 요람 속의 담요를 덮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