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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손-김경언 형에게

등록일 2022-10-25 19:37 게재일 2022-10-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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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규

쉽게 붙잡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너무 오래 흔들려왔으므로

놓아주고 싶은 것들,

해는 저물고 어김없이 시작하는 새해

잠 못 드는 연휴 지나

구년째 의식이 없는 병실에 간다

궤도를 잃은 유성처럼 흔들리는

그 눈빛에 안부를 물어야 한다

 

촛불을 대신 끄고 손뼉 치며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

늘 웃는 얼굴인 그가 크게 웃으면

모두가 환해지던 때가 있었다,

놔주기에는 아직 힘주어 따뜻한

손이 있다(부분)

‘구년’ 동안이나 의식불명인 분을 돌봐 와야 했던 고통은, 이제 저 분이 매달려 있는 생명의 줄을 놓아주고도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 터이다. 하지만 그 줄을 놓지 못하는 것은, “놔주기에는 아직 힘주어 따뜻한/손”을 화자가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병자의 손은 온기를 잃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삶을 붙잡는 힘이 들어가 있다. 어떻게든 삶을 놓아버리지 않으려는 그 의지는 생명이 지닌 본질적인 힘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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