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 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 원짜리
십 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듯할 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오래오래 쓸어 줄 텐데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보도블록 위 십 원짜리”는 시의 화자 자신의 현재를 말해준다. 그는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버려져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존재로 전락했다고 느낀다. 이 느낌은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났을 때”의 치욕스러운 심경과 유사하다. 그러나 삶이 밑바닥에 놓여 있더라도 따뜻한 손을 기다리라는 시인의 전언에서 우울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손은 사랑의 손이자 연대의 손일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