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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 시티

등록일 2022-10-20 19:05 게재일 2022-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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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

진동음이 불길하게 울리면

또 맞았구나

울지 마, 내가 대신 울어줄 게

살아남아야 해

 

넌 아무 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고

그런 밤에 나는 악몽을 꾼다

건장한 사내가 끌고 가는

큼지막한 자루가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꿈

 

 

우리가 눈부시게 빛났던 시절

너는 백마, 나는 흑마

우린 죽어라 붙어 다녔지

중앙극장을 나와 목척교 위에서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우린 낄낄거리곤 했어

 

지금 너는 그곳에서 나는 이곳에서

피멍 든 몸에 붕대를 두르고

밥상을 차린다

치욕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다(부분)

말할 수도 없이 처참한 심경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가 그렇다. 시인은 그녀 대신 울어주고자 한다. 울음은 생존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대신 울어주는 것, 그것이 시 아닐까. 하여 이 ‘시-울음’으로 어떤 연대가 이루어진다. ‘나’ 역시 “피멍 든 몸에 붕대를 두”른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것, 치욕을 함께 삼키면서 ‘너’와 ‘나’ 사이에 자매애가 형성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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