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택
외진 골목
밤 세시의 가로등은 나의 눈이다
폐품은 항상 어두운 곳에 버려진다
언제나 어둠을 밝히는 건 가로등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어설픈 시간
세상이 외면한 곳에서
세상이 외면한 것들끼리의 만남
폐품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는
또 하나의 폐품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불빛을 향한
나만의 시간은 깊어간다
쓰레기가 모여 있는 저 뒷골목에서 시인은 시가 거주해야 할 장소를 발견한다. 뒷골목에 버려진 폐품과의 만남을 통해, 시인은 자신 역시 “또 하나의 폐품”임을 인식하면서 이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불빛을 향해” 이끌리는 것인데, 그 ‘불빛’이란 바로 시다. 그는 버려진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적 인식을 성취함으로써 시를 쓰는 ‘나만의 시간’을 심화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학평론가>